버스에서 느끼는 어르신들의 젊음

Posted at 2010. 7. 7. 16:14 | Posted in 이야기/► meTo
버스에서 느끼는 어르신들의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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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의 주차장이 넓지 않은 관계로 윗분들 말고는 회사 주차장에 주차를 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외부 유료 주차장에 대야 하는 관계로 주차비도 아깝고 기름값도 아깝고 해서 요즘은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을 하면서 버스를 주로 타고 다니는데 버스를 타면서 예전과 다른 어르신들의 행동을 보며 요즘은 정말 늙었다고 해서 젊음이 없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가장 크게 느끼는게 자리에 앉는 패턴입니다. 제가 어릴때나 10년전만 해도 어르신들이 버스를 타면 대부분이 버스 앞쪽에 앉으시거나 자리가 없어 서서 있을때도 앞쪽에 주로 계셨습니다. 뒷쪽에 자리가 났을때만 어르신들이 자리에 앉기 위해 뒷쪽으로 오셨는데 제가 요즘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보면 이런 정하지 않은 룰이 깨지고 있다는 점을 느낍니다.

버스안


앉을 자리가 많이 있는 버스에서 어르신들이 앞쪽 자리 보단 뒷쪽 자리를 많이 앉으시는거 같더군요. 특히 새버스에 맨뒤쪽 자리는 어르신들이 앉기가 좀 불편합니다. 다른 자리보다 위치가 높이 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그 자리까지 가서 앉기도 불편할뿐더러 내릴때도 그 자리를 내려 오기가 많이 불편하죠. 

젊은 저도 왠만하면 맨 뒷자리는 내릴때 불편해서 잘 앉지 않는데 다른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어르신들은 그 자리를 잘 앉으시더군요. 꼭 그렇다는 얘기는 아지만 확실히 예전보단 그 자리에 앉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맨 뒷자리 뿐만이 아니고 앞쪽 자리보단 뒷쪽 자리를 선호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거꾸로 젊은 사람들이 앞쪽 자리에 많이 앉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서서 갈때도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뒷쪽으로 잘 오시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앞쪽에 서서 계셨는데 요즘은 대부분이 뒷쪽으로 많이 오시더군요. 

자리양보


그리고 요즘은 어르신들이 너무 젊게 보여서 제가 자리에 앉아 있다가 어르신이 제 앞으로 오면 참 난감할때가 많습니다. 확실히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보이면 바로 자리를 양보하면 되는데 제가 보기에 젊다고 하기에도 뭐하고 늙었다고 하기에도 뭐하고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때는 앉아 있는 제가 가시 방석입니다. 어떨때는 저도 그냥 내리는척 하면서 뒷문쪽으로 가서 서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은 어르신들이 젊게 사시기 때문에 괜히 자리 양보했다가 늙어 보이는게 싫으신지 실망한 눈빛도 보이시고 웃으면서 한마디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예 양보 받을수 없는 자리에 서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물론 자리를 양보 받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눈동자를 돌리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확실히 예전보단 그런 분들이 줄어 들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환갑을 훌쩍 넘기시고 머리가 백발을 하고 계시지만 버스 탔는데 누가 자리 양보하면 좀 씁쓸하다 하시더군요. 아버지께 직접적으로 그런 얘기를 들으니 버스를 타면 더욱 애매해 집니다. 양보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구요.

이런걸 저만 느끼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소한걸 보더라도 요즘은 늙었다는 것에 대한 정의가 많이 바뀌고 있는거 같습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몇년전만 하더라도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만 요즘은 정말 고령화가 많이 이루어 지면서 진짜 인생은 60부터 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아니 70부터라고 해도 될거 같습니다. 저희 작은할아버지도 연세가 70이 넘으셨는데 너무나 정정하시고 어디가서 70이 넘었다고 하면 믿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젊게 사십니다. 

저도 앞으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어르신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거 같습니다. 늙었다고 정말 늙은 것이 아니고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해야 할거 같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늙을테니 말입니다. 지금도 후배들은 절 영감이라 부르고 있지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