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무예도장인가? 놀이터인가?

Posted at 2010. 7. 29. 10:46 | Posted in 이야기/► meTo
태권도 무예도장인가? 놀이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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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7살때부터 태권도를 해서 24살때까지 태권도를 했습니다. 중고등학교때는 우리나라 교육환경상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수가 없어 쉬었지만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태권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태권도 4단이며 태권도 사범 자격증까지 땄습니다. 그리고 군대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까지 잠시나마 사범생활도 좀 했구요. 그때 운동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참 예전과 지금이 태권도 가르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걸 많이 느꼈습니다.


제가 운동을 배울때는 정말 1시간 동안 운동만 했습니다. 하나의 동작을 가지고 바르게 될때까지 반복 학습을 계속 했고 그 동작이 제대로 되면 그 제대로 된 동작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또 연습을 하며 1시간 내도록 운동만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배울때는 검은띠가 되면 정말 실력 좋은 애들이 많았습니다. 


품세나 발차기 하는걸 보면 각이 딱딱 잡힌게 참 멋있어 보일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운동만 해도 누구하나 불평 가지는 애들이 없었습니다. 왜냐? 당연히 태권도장에 왔으면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운동을 하기 싫은데 굳이 돈을 내며 태권도장을 다닐 필요는 없겠죠.


태권도


그런데 세월이 흘러 제가 운동을 가르칠때는 많이 달라져 있더군요. 전 제가 배운대로 1시간 내도록 운동만 가르쳤습니다. 적어도 제가 가르친 애들이 실력 없단 소리는 듣기 싫어서 자세교정을 해주고 반복학습을 시켰죠.


그리고 제가 다른거 가르칠때는 참 부드럽게 말을 합니다.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칠때도 큰 소리 한번 안내고 가르쳤고, 후배가 너무 당연한걸(프로그램적으로) 여러번 물어 봐도 귀찮아 하지 않고 가르쳐 주고 그러는데 이상하게 태권도 가르칠때는 제가 많이 무서워 집니다. 어릴때부터 그렇게 배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가 운동을 가르칠때는 많이 무섭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관원이 팍팍 줄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관원이 한 100명쯤 됐었는데 한달이 지나니 80명, 두달이 지나니 60명, 세달이 지나니 50명... 그때까지 관원 주는게 저 때문이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관장님이 절 부르더니 운동 가르치는 방식을 좀 바꾸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애들하고 같이 놀아 주지 않으면 재미 없어서 태권도장을 나오지 않는다며 1시간을 풀로 운동만 가르치지 말고 반 이상은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전 못마땅 했습니다. 아니 태권도장이 운동을 하는 곳이지 놀이 하러 오는데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놀기 위한거면 뭐하러 돈내고 태권도장을 와야 하는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 태권도장이 제께 아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관장님 말을 따랐습니다. 저 때문에 관원이 주는데 관장님께 피해를 주면 안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장님의 권유대로 따랐습니다. 1시간에서 30분 넘는 시간을 애들하고 놀았습니다. 그리고 좀 남는 시간에 애들 다독여서 태권도 좀 가르쳤죠. 가르치면서 참... 내가 태권도를 가르치러 사범이 된건지 같이 놀아주러 사범이 된건지 헷갈리더군요.


그래도 이렇게 하니 다시 관원이 늘더군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늘었습니다. 제가 사실 좀 진지한 면이 많아서 즐겁게 놀아주는 능력은 많이 모자라거든요. 관원은 늘어도 제 마음 한켠으로는 씁쓸한 면이 많았습니다. 전 운동을 잘 가르치고 싶었는데, 관원들 실력을 늘려 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질 못하니 말입니다. 하루 1시간을 다 운동만 해도 실력이 늘까 말까인데 20분도 안돼는 시간을 태권도를 하니 실력이 늘지 않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원들 실력을 보며 참 안타까워 한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어릴때는 검은띠면 참 실력이 좋았었는데 제가 가르칠때는 검은띠나 흰띠나 제가 볼때는 거기서 거기니... 단지 검은띠가 품세를 좀더 많이 안다는거 빼고는 크게 다를게 없더군요. 물론 개중에 잘하는 친구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관원들 실력이 비슷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관장님 입장에선 관원을 한명이라도 늘리는게 중요해서 저에게 그렇게 요구 했고 애들도 그렇게 하는게 태권도를 지겹지 않게 배울수 있으니 놀면서 운동을 가르치는게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운동을 할때는 그래도 제가 실력은 모자라지만 무도인이라고 생각하고 애들을 가르치려 했었는데 혼동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그리곤 복학 문제 때문에 사범활동을 그만 두긴 했지만 참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도 자식이 있어 몇년후에는 태권도장을 보내겠지만 제 생각에는 아직도 운동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태권도장에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배울때처럼 1시간 내도록 운동만 하는 체육관을 찾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운동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체육관에 보내고 싶군요. 제 아들이 발차기를 하는데 개발새발 이면 제가 화가 많이 날거 같은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제가 일선 태권도장을 비판할려고 이 글을 쓴건 아닙니다. 저도 사범생활을 해보니 이런 부분이 안타깝고 요즘 애들에게 운동만 100% 가르쳐서는 체육관측이나 애들측면에서 봐도 크게 도움이 안될거라는거 잘 압니다. 하지만 저도 한때 무도인으로서 관원들이 태권도를 오래 하면 실력이 향상 되는걸 보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에 제 경험을 적어 봤습니다.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제가 사범 생활하면서 뿌듯할때가 동네 돌아 다닐때 체육관 관원이 저에게 길거리에서 "사범님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 할때 무지하게 뿌듯하더군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