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시절 체팅에 관한 아련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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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컴퓨터와 친해 질수 있었던 계기 중에 하나가 바로 체팅 이였던거 같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 레포트를 써야 한다는 명목아래 아버지께 컴퓨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어렵게 어렵게 한대 장만을 했습니다. 그 당시 저희 집이 그다지 넉넉한 집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학생 아들이 필요하다 하니 아버지가 어렵게 하나 사 주시더군요. 

처음 컴퓨터를 접하고 레포트를 쓰는데 정말 독수리 타법 이였습니다. 양손 검지로만 어렵게 어렵게 썼지요.

그러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타자 연습기 프로그램으로 열심히 타수를 늘려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 선배가 PC통신 이란걸 하면 재미도 있고 타수도 더 빨리 늘릴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시 PC 통신중에 하이텔 이란것에 가입을 했습니다. PC통신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입이 중요한게 아니고 그 다음 사항인 전화 요금이 문제죠. ^^


모뎀을 통한 통신이였기 때문에 전화요금이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나옵니다. 전 그래도 야간에만 해서 그나마 좀 적게 나오는 편이였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PC통신을 했다가는 전화비 10-20만원이상 나오는건 우습죠. 저희 집도 일반적으로 전화 요금이 2만원 내외로 나왔으나 제가 PC통신을 하고 나서 부턴 6만원 내외로 나왔습니다. 이것 때문에 어머니께 많이 혼도 나고 설득 시킨다고 참 애 먹었습니다. ㅋ

하이텔을 하던 시절 백미가 바로 체팅이였죠. 제가 타수를 상당히 늘릴수 있어던 계기도 체팅 때문이였습니다. 말은 빨리 해야 겠는데 타수가 느려 얘기를 따라 가지 못하니 답답하더군요. 그래서 죽어라 연습하고 밤새도록 체팅을 했더니 타수가 저절로 늘어 나더군요. 그당시 한참 체팅 많이 할때는 600타도 나오고 했었는데... ㅋ

아무튼 그 당시 체팅은 참 순수 했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성을 가리지 않고 얘기 하다가도 마음이 맞으면 친구가 되고 했습니다. 저도 하이텔 체팅으로 남자 동생 하나랑 여자 동생 하나랑 친하게 되어 전화도 자주 하고 밤새도록 체팅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때는 번개라는 말 자체도 없었고 굳이 만나야 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밤에 온라상으로 만나서 얘기하고 그런게 재미 있었거든요. 그러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또 그 사람이랑 재밌게 얘기 하고... 제가 그다지 말이 없는 스타일인데도 불구하고 체팅으로는 참 많은 말을 했었던거 같습니다. 

그러다 제가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6개월뒤 제대를 하고 사회에 나오니 참 많이 변해 있더군요. 제일 크게 변한게 휴대폰의 보급화 였습니다. 참 신기 하더군요. 부의 상징인 휴대폰을 너도나도 다 들고 다니니 참 신기 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신기 했던게 PC방이였습니다. 제대후 친구랑 PC방에 처음 가서 알바생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 어떻게 해야 되요?"


ㅋㅋㅋ 정말 바보 같은 질문 아닙니까? 그냥 IE만 열면 되는것인데 그당시 브라우저란것도 몰랐고 전용선 이란것도 몰랐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던거 같습니다. 군대 가기전에 늘 모뎀으로 접속으로 천리안에서 제공하는 인터넷만 몇번 이용해 봤기 때문에 이런 환경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거기다 갓 제대 한놈이 사회 적응이 안되 있어서 참 바보 같은 질물을 한거 같습니다. 


어찌됐든 우려 곡절끝에 인터넷으로 예전 기분을 살려 보고자 체팅을 한번 해봤습니다. 그당시 가장 유명한 체팅 사이트를 알바생이 일러 줘서 그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체팅방 리스트에 들어가 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웠습니다. 제가 하이텔로 체팅을 할때는 방제가 정말 순수 했었고 사람과 얘기 하고 싶다는 형식의 방제가 많았는데 이 사이트는 뭔놈에 방제가 이렇게 선정적인지... 정말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그마나 방제가 좀 괜찮은 방에 들어 갔더니 아무도 말도 안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어쩌자는 것인지... 

남자로서 제가 그렇게 순수하진 않지만 그래도 20살때 정말 재밌고 건전하게 하던 체팅이 이상한쪽으로 환경이 바뀐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였던거 같습니다. 그 이후로 사회에 적응하며 체팅도 가끔하고 번개라는 것도 몇번 해보고 했지만 점점 체팅에 대한 재미를 잃어 갔습니다. 체팅을 하면 왠지 모르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는 느낌도 많이 들고 아무튼 예전 체팅에 대한 첫느낌이 많이 퇴색되어 져서 체팅에 대한 재미를 점점 잃어 간거 같습니다. 

그 이후로 가끔씩 체팅방에 들어 가보면 참 가관 이더군요. 이건 완전 너무나 노골적인(?) 방제들이 즐비 하더군요. 그렇게 체팅이 이상한 방향으로 완전히 흘러 갈때쯤 체팅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아쉽습니다. 온라인으로 사람을 알아 간다는게 참 좋았었는데 그 체팅으로 결혼하는 사람도 많았었는데 자꾸 이상한 쪽으로 흘러 가니 정말 정말 많이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지금은 체팅을 메신저를 이용해서 아는 사람과 하는게 전부 이지만 예전 순수 했던 체팅의 시절로 가서 재밌게 체팅 한번 해보고 싶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