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컴퓨터 중독이다

Posted at 2010. 5. 7. 17:58 | Posted in 이야기/► IT
나는 컴퓨터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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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컴퓨터란걸 알았을때가 초등학교때 친구집에서 본 무지하게 큼지막한 기계 였습니다. 그당시 컴퓨터에 관한 개념이 없어서 그게 뭔지도 모르고 사양도 몰랐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1학년때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졸라서 레포트를 써야 한다는 명목아래 컴퓨터 한대를 샀습니다. 펜티엄1, 하드 1기가 정도 밖에 기억이 안나네요. 

주 용도는 레포트 작성이였지만 컴퓨터로 그것만 할수가 없죠. 그당시 PC 통신 하이텔을 하면서 밤새도록 채팅 삼매경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채팅이 참 순수 했었는데 제가 군대 제대하고 나니 채팅이 이상하게 변질되었더군요.

말이 샜네요. 아무튼 채팅에 빠져서 이것저것 하다가 컴퓨터 사면서 같이 받은 불법소프트웨어 CD가 눈에 들어 오더군요. 그 CD 안에 무지하게 많은 프로그램이 들어 있었습니다. 뭔가 싶어 하나하나 설치 해보면서 조금씩 컴퓨터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컴퓨터가 이상해 져서 포멧을 하고 다시 윈도우를 깔면서 확 빠져 버리게 되었죠.  


거기다 한가지더 제 컴퓨터 중독에 기름은 부은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학과 형 집에 놀러 갔더니 야한 사진이라며 몇장 압축 해서 디스켓에 담아 줬습니다. 대충 푸는 방법도 들어 보니 쉽더군요. 그래서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집에 도착하자 마자 압축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압축이 풀리지 않더군요.

틀림없이 그형이하라는대로 다 했는데도 안되더군요. 전화해서 물어 봤는데도 방법은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든 야사를 봐야 했기에 미친듯이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압축 프로그램이 UI로 되어 있는게 아니고 일일이 도스창에서 명령어를 쳐서 해야 했기 때문에 초보자에겐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날 몇일을 걸려 결국 풀었습니다. ㅋㅋㅋ 이 사건으로 인하여 제가 컴퓨터에 빠진것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습니다. 역시 남자는 야한것에 약한가 봐요. ㅋㅋㅋ

그렇게 몇가지 사건으로 인하여 컴퓨터에 빠지면서 이상한 증상이 생겼습니다. 제동생이 절 보면 무슨 정신병 걸린 사람 같다고 합니다. 제 동생도 IT쪽에서 일을 하는데 제가 컴퓨터 사용 하는거 보면 좀 이상하답니다. 좀 정신병 걸린거 같기도 하고 굳이 안해도 될짓을 하고 다닌다고 이상해 합니다. 그래서 제 증상 몇가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증상1. 방청소는 안해도 컴퓨터 청소는 꼭 해야 한다.


 제가 그다지 깨끗한 놈이 아닙니다. 방청소도 거의 먼지가 덩어리가 되어서 돌아 다녀야 청소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놈입니다. 그런데 컴퓨터는 조금이라도 더러우면 안됩니다. 처음 노트북을 쓸때부터 주기적으로 내부 청소를 해주고 있습니다. 쿨러에 쌓인 먼지를 제거 하고 나면 왠지 제가 목욕하고 나온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노트북을 주로 쓰기 때문에 액정에 지문 묻는걸 정말 싫어 합니다. 누가 제 노트북 액정에 손을 대면 그 사람이 제 상사가 되었든 누구든지 하지 말라고 정색을 하고 말을 합니다. 


저보다 어르신에겐 좀 무례한 행동이라 생각이 들긴 하나 제가 너무나 싫어 하는 행동이여서 어쩔수 없이 말을 합니다. 그냥 닦으면 되긴 한데 그래도 전 액정에 손을 댄다는 것 자체가 싫습니다. 저도 물론 다른 사람 노트북 액정에 절대 손을 대지 않습니다. 손가락으로 짚어야 할일이 있으면 일정간격을 두고 손가락으로 가르킵니다.

이런 외부적인 것도 민감하게 굴지만 컴퓨터 내부적으로도 프로그램 하나를 삭제 하면 반드시 레지스트리 정리를 합니다. 프로그램도 신중히 설치 하는 편이지만 업무적으로 쓰다 보면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 할때도 있는데 그럴때는 반드시 레지스트리 정리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꼭 청소를 해줍니다. 

이런 저의 행동을 회사사람이 옆에서 보시고는 많이 놀라더군요. 굳이 그렇게 할필요가 있냐고 하시면서.... 저도 반드시 그렇게 할필요는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꼭 화장실 갔다가 뒤 안닦고 나온거 같이 찝찝해서 어쩔수 없더군요.  


증상2. 내가 깨어 있으면 컴퓨터도 켜져 있어야 한다.


 이 증상은 결혼을 하면서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완전히 고쳐 지진 않았습니다. 제가 컴퓨터를 쓰든 안쓰던 제가 눈을 뜨고 있으면 컴퓨터도 켜져 있어야 합니다. 제가 총각때도 그렇고 결혼한 지금도 그렇고 늘 어머니와 아내에게 욕을 들어 먹고 있습니다. 왜 쓰지도 않을 컴퓨터를 전기세 아깝게 켜놓고 있느냐고 뭐라 하죠. 그래도 전 컴퓨터가 켜져 있지 않으면 불안해 져서 어쩔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대한 저의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제가 저번 겨울에 열이 40도 까지 올라서 굉장히 아플때가 있었습니다. 정말 미치겠더군요. 너무 아프고 어지럽고 제가 40도까지 열이 올라간적은 처음이여서 그 기분 정말 안좋더군요. 그런데도 집에 와서는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컴퓨터 켜는 것이였습니다. 컴퓨터 켜고 바로 잠이 들어 버렸지만 이런 절 보고 와이프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아파 죽을거 같이 보이는데 컴퓨터 켜는거 보면 또 괜찮은거 같기도 하고 열을 재보면 열이 많이 나니 아픈건 맞는거 같고... 헷갈린답니다. 

저도 그렇게 아프면서 컴퓨터를 왜 켰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 났더니 어제 왜 컴퓨터를 켰는지 기억이 안나더군요. ㅋㅋㅋ


증상3. 노트북을 어디든 가지고 다닌다.


 제가 주로 노트북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 노트북을 어디든 가지고 다닙니다. 노트북을 쓸일이 없어도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차가 없을때도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도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것도 가벼운 노트북도 아니고 14인치의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걸 보고 제 동생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왜 어깨 아프게 그걸 가지고 다니냐며 이상하게 생각하더군요. 


저도 굳이 쓸일이 없으면 안가지고 다녀도 될거 같은데 이상하게 안가지고 다니면 제가 불안합니다. 꼭 애인을 버리고 다니는듯한 느낌이랄까... ㅋ

예전 회사에서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퇴근을 하면서 노트북을 챙겨 어깨에 매고 갈려고 하니 팀장이 허리도 아픈데 노트북 두고 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죠. 애인을 혼자 놔두고 갈수가 없다고... 그랬더니 팀장이 아무말을 못하더군요. ㅋㅋㅋ 

이렇게 제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가 전 제 컴퓨터가 아니면 컴퓨터를 잘 못합니다. 남에 컴퓨터로는 웹서핑을 해도 어색하고 블로깅을 해도 어색하고 모든게 어색합니다. 그래서 제가 늘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거 같습니다. 쓰일일이 없어도 언제 어떻게 쓰일지 모르니 말이죠. 그리고 제 노트북을 애인 같이 생각하니 애인을 놔두고 다니는것도 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


증상4. 내 컴퓨터를 다른 사람이 만지는걸 싫어 한다.


 전 제 컴퓨터를 다른 어떤이가 되었든 간에 건드리는걸 싫어 합니다. 제 가족을 포함한 그 어떤이가 되었든 만지면 안됩니다. 이런 제 성격을 알기에 제 아내와 아이들도 제 노트북은 절대로 만지지 않습니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제 아들녀석이 만져도 전 좀 짜증을 냅니다. 

회사에서도 제 업무용 컴퓨터를 다른 사람이 제 허락없이 만지는걸 굉장히 싫어 합니다. 저랑 같이 일하다 보면 저의 이런 성격을 아는지 회사 사람들이 제 컴퓨터는 잘 만지지 않더군요. 저 몰래 만졌다가 한두번 틀키고 나서는 제가 정중히 만지지 말아 줄것을 부탁 드렸더니 만진걸 어떻게 알았냐면서 놀라더군요. 제가 좀 무딘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컴퓨터와 관련된 부분은 굉장히 민감해서 제가 해놓은 자리 배치와 각도를 제가 알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틀어져 있으면 바로 알거든요. 


증상5. 항상 최적화에 민감하다.


 제 블로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적화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윈도우7으로 넘어 오면서 좀 들해졌지만 예전 XP 쓸때만 해도 굉장히 민감했습니다. 제가 생각할때 업무를 보면서 운영체제가 느려서 일이 느려지면 안된다고 생각을 하기에 제 시스템은 최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최적화에 신경쓰고 있죠. 

일하다 보면 회사 사람들이 이런 저의 성격을 알고 있는데 제가 회사 컴퓨터를 바꾼다고 하니 제가 쓰던 컴퓨터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ㅋㅋㅋ 그래봐야 하루만 잘못써도 말짱 도루묵인데 말이죠.
 


증상6. 일회성 장비에 대해서 민감하다.


전 이 증상은 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USB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요즘 USB를 많이 쓰기 때문에 아무 USB 메모리를 꽂아서 사용하는데 전 그렇게 사용하기가 싫더군요. 제 USB 메모리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의 USB 메모리는 꽂기가 싫습니다. 왜냐 하면 한번 사용하고 다음에는 사용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싫습니다. 


USB 메모리 뿐만이 아니고 다른 장비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 노트북에 한번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을 일회성 장비에 대해선 USB에 꽂는걸 굉장히 싫어 합니다. 이건 제가 생각해도 좀 심각합니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이상하게 일회성 장비를 꽂으면 찜찜합니다. 왠지 불필요한게 쌓이는거 같고 포멧을 해야 할거 같고... 물론 USB 흔적을 지우면 되긴 하나 윈도우 특성상 뭐든 하나가 생기면 깨끗이 지워지지가 않죠. 

제 개인 적으론 이 증상은 꼭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잘 안되네요. 그리고 제 아내나 동생이 이런 절 보곤 정말 병같다면서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저도 안그러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ㅜ.ㅜ



이상 저의 증상에 대해서 적어 보았습니다. 더 있는거 같은데 생각이 안나네요. ^^ 저의 이런 컴퓨터 중독 증상이 게임을 하기 위한 중독은 아닙니다. 전 컴퓨터로 게임은 거의 안합니다. 거의가 아니고 아예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가끔씩 했는데 요즘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 그 유명한 스타크레프도 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컴퓨터 자체를 좋아해서 중독이 걸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컴퓨터를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하는건 아닙니다. 저보도 더 많이 알고 잘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전 단순히 컴퓨터를 사랑하기에 이런 증상이 생긴거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불필요하게 얽매이는거 같아 좀 그렇네요. 그래도 굳이 고쳐야 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제 직업이 프로그래머이다 보니 직업병 일수도 있고 컴퓨터로 밥벌어 먹고 사는데 이정도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서야 일할수 있겠습니까. ㅋㅋㅋ

이런 증상은 저뿐만이 아니고 컴퓨터를 사랑하는 유저라면 가지고 있을거 같습니다. 
아닌가... 나만 가지고 있는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