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린 소년이 스승의날 선물 살 돈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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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딱히 하는게 없습니다.

아시다 시피(모르시나... ㅋ) 제가 인간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 보니 은사님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없어서 별로 할일이 없습니다.

대학 다닐때 저희과 교수님 한분이 절 많이 아껴 주셔서 생각이 많이 나긴 하는데 제가 다닌 대학교가 좀 멀리 있어서 찾아가 뵙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스승의 날만 되면 기억나는게 하나 있습니다. 제 초등학교 6학년때 일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저희반 반장은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고,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 살았습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언제나 이뻐해 줬습니다. 그런데 거기다 스승의 날때 선생님께 구두상품권을 선물로 드리더군요. 지금은 구두 상품권이 그다지 인기가 없지만 제 초등학교때는 구두 상품권만 해도 고가로 취급되던 시절이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저희 집에선 엄두도 못내는 일이였습니다.  


그 당시 제가 그 장면을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구두 상품권을 가져다 주는 반장이 무지하게 부러웠습니다. 우리집도 좀 잘 살았으면 담임 선생님께 저런 선물 드리고 좀 이쁨을 받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 물론 선생님이 구두 상품권을 받았다고 해서 반장을 이뻐하는건 아니겠죠. 원래 공부잘하는 학생이고, 반장이고 하니 이뻐 하신 것이지만 그래도 어린 마음에 구두 상품권 드리는 반장이 부러웠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가 떡볶이 장사를 하고 계시지만 그때도 제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저희 집 형편이 그다지 좋은 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런 선물은 생각도 못하죠. 기껏 해봐야 양말, 손수건... 아니면 직접 쓴 편지 정도... 그때 제가 뭘 선생님께 드렸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구두 상품권을 주는 반장을 보고선 제가 마련한 선물을 부끄러워서 드리는걸 주저한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어린놈이 뭘 안다고 그 구두 상품권이 부러웠을까요?

그리고 잠시동안 돈없는 우리집을 살짝 원망 하기도 했습니다. 한번도 어머니가 떡볶이 장사를 한다고 해서 부끄러워 한다거나 우리집이 돈이 없어서 기죽어 본적이 없었는데 그 스승의 날은 이상하게 돈없는 우리집이 원망 스러웠습니다. 우리집도 좀 잘 살았으면.... 부모님이 돈을 좀 잘 버셨으면... 하는 정말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당시만 해도 촌지가 관행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좀 잘 사는 집 부모님들은 때마다 학교에 찾아와서 선생님과의 친분(?)을 쌓곤 하죠.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일요일도 없이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학교에 찾아올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제가 그다지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다 보니 어머니가 찾아 올 일도 없었죠. 물론 저희 집이 잘 살아서 어머니가 학교를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선생님이 절 대하는게 좀 달랐겠죠. ^^

아무튼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고 보니 그런 생각을 잠시나마 한 제가 부끄럽네요. 없는 살림에도 어머니 떡볶이 장사로 우리 3형제 대학교, 대학원까지 다 뒷바라지 해 주셨는데 말이죠. 참 철이 없었나 봅니다. 아니 그 구두 상품권에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환경이 잠시나마 원망 스러웠던거 같습니다.

이런 어릴적 기억이 아직도 스승의날만 되면 납니다. 그러면서 '왜 그랬지' 하곤 피식 웃습니다. ^^